안녕하십니까. 3.8여성파업조직위에서 활동하는 정은희입니다. 내일은 국제여성의날입니다. 그리고 여성파업이 벌어집니다. 우리가 여성파업을 벌이는 이유는 바로 지혜복 선생님과 같은 피해자가 우리 사회에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학교폭력 열 건 중 세 건에는 강간과 성희롱, 불법촬영 등 성범죄가 등장한다고 합니다. 더구나 학교에서의 성범죄는 매년 폭증하고 있습니다. 한해에도 수백 명의 학생이 언어적, 신체적 성폭력 피해를 입습니다. 학교가 학생들에게 성적 자기결정권보다는 가부장적 자본주의가 요구하는 입시를, 경쟁을, 남성중심적 세계관을 가르치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이번 지혜복 선생님 사건처럼, 학교가 피해 학생을 보호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조치를 취하기는커녕 오히려 가해자를 두둔하고 성폭력을 해결하려는 노력에 족쇄를 채우기 때문입니다.
이런 현실에서는 학교에서의 성폭력이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그 피해의 다수는 여학생들이 받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여학생도 인간이며, 성적 자기결정권이 있고, 안전하게 자라날 권리가 있습니다. 이에 성평등한 교육과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절박하게 말하기 시작한 피해 학생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이에 조력하는 교사 역시 보호해야 합니다.
그러나 학교는 올바른 사건 대응에 실패했습니다. 서울시교육청 역시 실패했습니다. 아니 실패했을 뿐 아니라 학교와 교육을 바로 세우기 위해 위험을 무릅쓴 공익제보교사를 부당전보하여 인사보복까지 했습니다. 깡패입니까? 이것은 부당한 공권력 집행이자 2차 가해일 뿐입니다. 과연 피해 학생들이 이 과정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모난 돌이 정 맞는다? 그것이 과연 조희연 진보교육감의 바람입니까? 당신들의 진보에는 성폭력 피해를 입은 소녀들을 위한 정의는 없습니까? 이들을 위해 부단히 뛰어 온 교사를 위한 정의는 없습니까?
사실 스쿨미투이나 서지현 검사의 미투나 김지은 씨의 미투 모두 비슷했습니다. 책임을 갖고 있는 자들은 늘 사건을 제대로 해결하는 것보다는 사건을 무마하는 데 관심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만큼 우리는 더욱 큰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우리가 외치지 않는다면 우리 현실은 더욱 뒷걸음질 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내일 3.8여성파업은 더욱 중요합니다. 윤석열 정부의 여성 삭제와 노동개악에 맞서, 이름만 다를 뿐 모두 여성을 짓밟은 채 이 가부장적 자본주의 체제를 떠받치고 있는 정치세력에 맞서, 진보라 자임하며 그들의 질서에 연합하고 우리를 외면하는 세력에 맞서 함께 여성파업에 나섭시다.
지혜복 교사의 공익제보는 정당합니다. 성차별적이고 성폭력이 난무하는 학교 현실을 바꾸기 위한 지혜복 선생님의 투쟁을 지지합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금이라도 부당전보를 바로 잡고, 성폭력 사건이 제대로 해결될 수 있도록 나서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지혜복 선생님이 학교로 돌아갈 수 있을 때까지 끝까지 함께 싸울 것임을 밝힙니다.